늘어나는 '배달 로봇'…사고 나면 어떻게?

요즘 거리에서 작은 캐리어처럼 생긴 배달 로봇을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강남 테헤란로를 걷다 보면 조용히, 하지만 제법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 로봇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영화 속 장면 같지만, 이건 지금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은 서울 강남 일대에 수십 대의 로봇을 도입해 시범 운행을 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배달 로봇과 사고가 났을 때, 과연 누구 책임이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아직도 많은 분들이 모른다는 겁니다.
무인 로봇과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벌써부터 교통사고나 과실 책임과 관련한 이슈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요.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로봇이지만, 제도는 아직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배달 로봇, 어디까지 왔나요? 우리 곁에 다가온 '작은 미래'
배달 로봇은 더 이상 실험실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2025년 현재, 서울 강남역, 역삼동, 논현동, 송도 등 도심 곳곳에서 실서비스가 진행 중입니다. 요기요는 이미 송도에 이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도 수십 대를 배치했고, 배달의민족도 테헤란로에 시범 도입한 후 논현동 일대로 확대하고 있어요.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인도와 횡단보도만을 이용해 배달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도심을 누비는 건 정부가 2023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서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배달 로봇은 보행자로 인정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5km, 무게는 500kg 이하로 제한돼 있고요. 이 기준을 통과하면 보행자와 같은 지위를 얻게 되는 겁니다. 즉, 사람처럼 인도로 다니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심지어 무단횡단 시 과태료도 부과됩니다.
2. 무인 로봇과 사고 났을 때, 누가 책임지나요?
문제는 이 로봇들과의 사고에서 시작됩니다. 2023년 12월, 인천 송도에서 배달 로봇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량과 충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이 로봇은 '보행자' 지위를 갖고 있기에 보행자-차량 간 사고로 처리됐고, 결국 양측이 합의로 마무리됐다고 해요.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사람이 아닌데 보행자라고요?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기계인데, 그걸 단순 보행자 기준으로 과실을 따지는 게 맞을까요? 전문가들 역시 지금과 같은 '단순 보행자 분류'는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어요. 물건 손괴와 사람 부상은 법적 처벌 수위가 다르기 때문에, 실외이동로봇은 별도 지위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현행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보행자 상해에 대해서 운전자의 책임을 크게 보지만, 기계인 로봇에 의한 사고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3. 인증 안 받은 로봇이라면? 또 다른 법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운행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배달 로봇은 어떻게 될까요? 경찰청은 인증을 받지 않은 로봇은 차량으로 간주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이런 로봇은 인도로 다닐 수 없고, 차도로만 운행 가능하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사고 발생 시 보행자-차량 사고가 아니라, 차량 간 사고로 처리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현행법상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로봇 주행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제도적으로 공백이 생긴다는 뜻이죠. 경찰청 역시 최근 연구 용역을 통해 미인증 로봇이 함부로 도심을 주행하지 못하도록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증 없이 운행 중인 로봇이 도심을 돌아다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에요.
4. 해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법과 기술의 조화를 찾아서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한 발 빠르게 법제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2개 주에서 배달 로봇에 보행자 지위를 부여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규정을 마련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 일부 주는 로봇 운행 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도록 법적 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로봇 기술을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을 지원하되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균형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에 맞춘 대응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규제만 하는 것도, 방치하는 것도 아닌, 현실에 맞는 입법과 행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원스톱 인증 체계와 보상책임 구조를 병행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5.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시민의 인식도 중요합니다
배달 로봇이 더 많아질수록 우리가 마주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따라서 로봇이 어디를 다닐 수 있고, 사고 시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추는 것도 필요해요. 일단, 거리에서 로봇을 볼 때는 보행자와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이시는 게 좋고, 로봇과의 충돌이 발생하면 운전자분들은 블랙박스를 확인해 과실 여부를 명확히 해두시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로봇 회사들도 로봇에 책임 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사고 시 보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로봇이 도심을 누비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텐데요, 기술 발전에 걸맞는 제도와 시민 인식의 진화가 병행돼야 '편리함'이 '불편함'으로 바뀌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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