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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식물인간이랑 뇌사, 같은 거 아니었어?”…생명을 나누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차이

by 지식돌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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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이랑 뇌사 차이"

“식물인간이랑 뇌사 차이"

 

 

최근 뇌사 상태의 어린이가 치료 중 숨지고, 그 부모가 자녀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뇌사식물인간의 차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뇌사면 식물인간 아닌가?”, “회복 가능성이 있는 걸 억지로 죽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는 과학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잘못된 오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물인간과 뇌사는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두 개념 모두 의식이 없고,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며, 가족들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생명 유지의 기준, 회복 가능성, 법적 판단, 그리고 장기 기증 가능 여부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물론, 윤리적으로도 이 둘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며, 실제로 우리 법은 뇌사를 법적 사망으로 보고 장기기증이 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반면 식물인간은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며, 장기기증은 불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두 상태의 결정적인 차이를 명확히 짚고, 뇌사 판정 절차와 장기기증의 실제 과정을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뇌사 vs 식물인간 


식물인간 상태는 흔히 말하는 의식불명상태, 즉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지 기능을 잃은 혼수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의 환자는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하며, 심장도 스스로 뛸 수 있습니다. 뇌 전체가 손상된 것은 아니며, 주로 대뇌피질의 손상으로 인해 언어나 감정, 자각 능력은 잃었지만 뇌간은 살아 있어 자율신경계 기능은 유지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숨을 쉬거나, 소화작용을 하거나, 체온을 조절하는 등의 생명 유지 기능은 가능하므로, 의료진의 도움과 적절한 영양 공급만 있다면 수년, 심지어 수십 년간 생존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세계 의료계에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수년 후 의식을 회복한 사례도 소수지만 보고되고 있습니다.

 

반면 뇌사 상태는 전혀 다릅니다. 뇌사란 대뇌뿐만 아니라 뇌간까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자발적인 호흡이 전혀 불가능하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 유지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자율신경계의 기능도 멈췄기 때문에, 인공적인 조치가 없으면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의료기기를 제거하면 심장 박동도 곧 멈추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사망의 상태인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계와 법률계 모두 뇌사는 의학적 사망에 해당하며, 일정한 절차를 거쳐 법적 사망으로도 인정됩니다. 식물인간이 생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뇌사는 죽음에 보다 가까운 개념인 셈이죠.

 

 

2. 뇌사 판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뇌사 상태라고 불리는 것이 곧 법적 뇌사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을 전제로 한 공식 뇌사 판정 절차가 있습니다. 이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에 따라 3단계에 걸쳐 확인되며, 모든 검사가 부정적으로 나와야 최종 뇌사로 판정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임상의사의 1차 판정입니다. 뇌의 회복 가능성이 없고, 의식이 없으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만 호흡이 유지되는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특히 ‘7가지 뇌간 반사라 불리는 눈, , 입 등의 자극 반응을 확인하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을 때 자발 호흡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봅니다.

 

이 검사는 연령에 따라 반복 검사 시점이 달라지는데, 예컨대 6세 이상은 6시간 뒤, 1~6세 미만은 24시간 뒤, 1세 미만은 48시간 후 2차 판정을 받습니다. 이 역시 동일한 항목으로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이후 3차 판정, 즉 뇌파 검사를 통해 대뇌의 전기적 활동이 완전히 정지되었는지를 측정합니다. 30분 이상 아무런 뇌파도 관찰되지 않으면, ‘완전한 뇌사로 최종 판정이 내려집니다. 이로써 법적으로도 사망으로 인정되며, 장기기증이 가능해집니다.

 

뇌사 판정은 매우 엄격하고, 중복적인 절차로 이뤄지며, 오진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체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물인간 상태와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3. 뇌사 후 장기기증은 어떻게 이뤄질까? 


뇌사 판정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장기기증이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기증은 본인의 동의 또는 가족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환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해 두었다면, 가족이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한 기증이 진행됩니다. 등록하지 않은 경우엔 가족이 판단하게 되며, 이때 기증 동의 권한은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자매 순으로 부여됩니다.

 

기증 동의가 이뤄지면 국가 지정 기관에서 기증 가능 장기를 평가하고, 이식 대상자를 선정해 수술을 준비합니다. 기증 가능한 장기는 심장, , , 신장, 췌장, 소장, 안구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뇌사 기증자는 약 400여 명 수준이며, 이는 2016573명을 기록한 이후 6년째 정체 상태입니다. 국제 비교에서도 인구 100만 명당 9.32, 세계 81개국 중 39위에 머무르고 있으며, 스페인(49.38), 미국(48.04)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뇌사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고인의 뜻이거나 유족의 결정이 장기 이식 대기자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뇌사 장기기증은 단순한 죽음이 아닌 '삶의 확장'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4. 존엄사와 식물인간 


식물인간 상태가 길어지면서 가족과 의료진이 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결정이 바로 존엄사’, 즉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김 할머니 사건이후 법적으로도 존엄사가 인정받고 있습니다. 당시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치료 중이던 고령 환자에게서 가족이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고, 대법원은 이를 ‘자기 결정권에 의한 죽음의 선택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후 2017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 환자가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 이는 뇌사 상태가 아닌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사전의지나 가족 동의가 있어야만 적용됩니다.

 

가톨릭 교회 등 일부 종교계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허용되며, 장기기증은 생명 나눔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사회적 수용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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