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차리는 법: 홍동백서·어동육서 그리고 차례 지내는 법"
추석은 가족들이 모여 조상을 기리며 차례를 지내는 중요한 명절입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차례상 차리기와 차례 지내는 절차는 종종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특히 차례상 차리는 법에 있어 전통적인 규칙과 가족의 관습이 섞여 있는 경우 더더욱 어려울 수 있죠. 이번 블로그에서는 차례상 차리는 법과 차례 지내는 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차례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차례를 올리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차례상을 차릴 때는 음식의 종류와 위치에 대한 전통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이러한 규칙은 조상님께 예를 다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음양오행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상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1 홍동백서(紅東白西)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동양의 음양오행에서 기인한 규칙으로, 양(陽)을 상징하는 동쪽에는 붉은색, 음(陰)을 상징하는 서쪽에는 흰색을 배치하는 원칙을 따릅니다.
붉은 과일: 대추, 사과, 감 등
흰 과일: 배, 밤 등
즉, 붉은 과일은 오른쪽(제사를 지내는 사람 기준으로), 흰 과일은 왼쪽에 놓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1.2 어동육서(魚東肉西)
어동육서는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역시 음양오행에 따른 원칙으로, 물고기는 물(양)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쪽에, 육류는 땅(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서쪽에 놓습니다.
이 규칙에 따라 생선은 머리가 동쪽, 꼬리가 서쪽을 향하게 놓습니다. 이를 두동미서(頭東尾西)라고 하죠.
1.3 조율이시(棗栗梨柿)
조율이시는 제사상에 올리는 대표적인 4가지 과일로, 각각 대추(棗), 밤(栗), 배(梨), 감(柿)을 의미합니다. 이 과일들은 각기 조선시대의 관직을 상징하며 차례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대추: 임금을 상징
- 밤: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 3정승을 상징
- 배: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6조 판서를 상징
- 감: 우리나라의 8도를 상징
이 과일들은 전통적으로 제사상에 꼭 올라가는 과일이며, 각 과일의 상징성을 기억해 올리면 좋습니다.
최근에는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성균관에서 권장하는 간소화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로, 총 6가지를 올리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필요에 따라 육류, 생선, 떡 등의 음식을 추가할 수 있지만, 꼭 전통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들의 합의에 따라 적당히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반드시 차례상에 올려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 퇴계 이황 선생은 유밀과(밀가루와 꿀을 섞어 기름에 튀긴 과자)를 차례상에 올리지 말라고 하셨으며, 명재 윤증 선생 또한 기름으로 조리한 전을 올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고대부터 차례상이 과도하게 화려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검소함을 중시하는 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차례를 지내는 방법은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처럼 집안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차례 지내는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3.1 차례 전 준비
차례를 지내기 3일 전부터는 목욕재계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차례 당일에는 사당과 제청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차례에 필요한 음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안주인: 떡, 나물, 부침 등을 준비합니다.
남자들: 제기, 지방, 꼬치 등 차례에 필요한 기구들을 준비하며, 고기와 과일을 장만합니다.
3.2 차례 지내는 순서
차례는 기제사와는 다른 절차로 진행됩니다. 기제사에서는 술을 세 번 올리며, 축문을 읽는 반면, 차례에서는 술을 한 번만 올리고, 축문을 읽지 않습니다.
진설(陳設): 차례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는 과정입니다. 술잔, 수저, 과일 등을 올립니다.
출주(出主): 신주를 모시는 경우, 신주를 모셔 오거나 지방을 대신해 제사를 모십니다.
강신(降神):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조상님을 모시는 의식입니다. 향을 피우고, 제주가 술을 세 번 따릅니다.
참신(參神): 모든 가족이 신위에 절을 드리는 과정입니다. 남자는 두 번, 여자는 네 번 절합니다.
진찬(進饌): 차례상에 올리지 않았던 음식을 추가로 차리는 절차입니다.
헌작(獻酌): 제주가 잔을 올리는 의식입니다. 각 신위에 따로 잔을 올립니다.
계반삽시(啓飯揷匙): 메(밥)의 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꽂는 의식입니다. 추석 차례에서는 젓가락을 송편 위에 올립니다.
합문(闔門): 조상님께서 음식을 드실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잠시 문을 닫거나 병풍을 치고 기다립니다.
계문(啓門): 다시 문을 열고, 모든 가족이 돌아와 자리를 정돈합니다.
철시복반(撤匙復飯): 수저를 거두고 밥그릇 뚜껑을 덮습니다.
사신(辭神): 조상님을 배웅하는 절차로, 마지막으로 절을 드리고 지방을 태웁니다.
철상(撤床): 차례 음식을 물리고 상을 정리합니다.
음복(飮福):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조상의 덕을 기립니다.
차례는 조상님을 기리는 전통이자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차례상 차리는 법과 차례 지내는 방법은 전통에 따라 지켜져 왔지만, 오늘날에는 각 가정의 사정과 편의에 맞게 간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성균관이 제시한 차례상 간소화 방법처럼,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실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족들에게 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차례상 차리기나 절차에 너무 얽매이기보다는, 조상에 대한 예와 가족의 화합을 우선시하는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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